(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대학교 전공에서 수없이 접했던 정체성, 이름과 관련이 있어서 였는지 영화를 보고 난 후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영화 <너의 이름은.>에서의 '이름'은 서로에게 기억되고 시간, 공간 너머 실제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끈이 되어준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계속해서 서로를 잊지 않기, 다시 만나기 위해 이름을 기억하려고 한다. 이름을 잊은 순간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무슨 상황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영화 제목에 마침표(.)가 꼭 붙는데, 두 사람이 서로 확실히 서로를 규정 지어야, 확실히 정체성이 형성 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보았다.

 

 

또한 이 영화를 보면서 김춘수 시인의 <꽃> 이 떠올랐다. 작은 몸짓에 불과한 것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 와서 꽃이,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는. 이름은 단순히 어떤 사람 혹은 사물을 지칭하는 것 이상의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신카이 마코토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Q. 주인공 미츠하와 타키 이름을 어떻게 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타키(瀧)는 옆에 삼수변이 있지만 용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용의 이미지가 혜성의 이미지하고 관련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용은 물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존재입니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호수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호수를 연상시킬 수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서 타키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습니다.

미츠하(三葉)는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물의 신 중에 미츠하메가 있습니다. ‘미즈하메’라고도 하는데 그 이름의 울림이 왠지 모르게 좋았습니다. 거기에서 따서 미츠하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타키와 마찬가지로 물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했고, 특히 이토모리 마을이 호수, 물과 매우 연관이 있기 때문에 미츠하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출처: 맥스무비 블로그 http://naver.me/GD9uDdGe)


 

감독의 인터뷰에서 보면 용, 물의 신은 둘 다 이토모리 마을의 호수와 연관되어 있으며 이름 자체로도 둘에게 어떠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해서 분명 타키와 미츠하 둘의 이름은 두 주인공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이름으로 인해서 서로를 기억하고 연결되게 된다. 어쩌면 빨간 끈과 같은 역할이 아닐까!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추가로 '이름'과 관련된 또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떠올랐다. 자신의 이름을 잊으면 원래의 나, 나의 정체성을 잊고 다른 삶을 살기 때문에 이름을 절대 잊지 말라는 부분이 나온다. 센과 치히로는 동일 인물인데, '센'은 본명 '치히로'에서 몇 글자를 빼서 나온 이름이다.

 

 

 

posted by paigee

*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영화 관람 후 읽어주세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종로3가 서울극장에서 시네마살롱이라는 GV가 종종 진행된다. 영화 관람 후 관객과 함께 영화에 대한 추가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우연히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이 시네마살롱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고 관람하게 되었다. 일단, 서울극장이 너무 쾌적하고 깔끔해서 자주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몇 년 전에 리뉴얼을 했다고 하는데, 오래된 극장이라는 생각과 다르게 너무 좋았다!

 

영화는 세명의 주인공이 도둑질을 하고 도망치다가 폐가가 된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가게 되면서 시작된다. 잡화점에서 오래된 물건들을 발견하게 되고, (과거에서 미래로 넘어온) 상담 편지에 답장을 해주게 되면서 잘못을 뉘우치는 이야기 + 나미야 잡화점에게 상담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진행된다. (등장하는 모두가 사실은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소설은 영화가 개봉하기 몇 년 전부터 정말 유명하고 인기있는 책이라고 알고있었다! 계속 읽어봐야지 하다가 결국은 영화로 먼저 접하게 되었다. 일단 영화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뒤죽박죽 진행된다. 책을 미리 읽은 한 관객은 책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방식이 영화에서는 직관적으로 이해가 된다고 했다. 영화의 스토리 자체가 시간의 흐름대로 진행될 수 없는 이야기라고도 느껴졌고 이러한 진행 방식이 영화의 (또는 글의) 흥미를 더해주지만, 사실 약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 번 더 보고 확실히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영화였다. 히히. 영화에 나오는 잡화점이나 풍경의 색깔 등 영상미나 분위기가 좋았다. 한번쯤 걷고 싶은 거리와 풍경!

 

영화를 보다가 무릎을 탁친 부분은 나미야 할아버지가 '그린리버'에게 상담을 해주게 되는데, 본인이 한 답장 때문에 '그린리버'가 자살을 한 것이 아닌가 괴로워 하는 장면이었다. 그동안 나도 타인의 고민과 걱정에 가벼이 잘못 던진 한 마디가 있지 않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나의 한마디가 다른 누구에게 커다란 영향이 될수도, 인생을 바꿀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타인의 마음을 듣는 것 조차 사실 아주 무거운 일일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영화에서는 '그린리버'가 자살한 것이 아니었고, 나름 해피엔딩이지만..

 

역시 영화는 우리네 일상의 어려움과 피하고 싶은 복잡함을 마주하게 만들어준다. 계속 생각하게 한다.

 

posted by paigee

*공연 관람 전 내용을 미리 알고싶지 않으신 분들은 관람 후 다시 읽어주세요!

 

 

 

 

우연한 기회로 JTN아트홀에서의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을 관람했다. 이혼을 하루 앞두고 있는 커플, 결혼을 하루 앞두고 있는 커플이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방식으로 극이 전개된다. 캐스팅은 잭 고유진님, 캐서린 김경선님, 존 최석진님, 캣 김보정님. 김경선님을 제외하고는 사실 처음 뵈었는데 뮤지컬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너무 좋은 연기를 해주셨다. 헤헤.

 

사실 나는 두 상황중 어떤것도 앞두고 있지 않아서 내용에 대해 크게 기대를 하고 관람을 한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공연이 끝난 후, 이혼을 하루 앞둔 잭과 캐서린, 결혼을 하루 앞둔 존과 캣의 상황들이 너무나 잘 이해되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서 아주 사소한 버릇까지도 지겨워져, 그의 얼굴과 목소리조차 다시 접하고 싶지 않지만 그동안의 행복했던 생활을 잊을 수 없고 상대가 없는 앞으로를 상상할수 없는 상태. 한 순간의 실수(...)를 저질렀지만 삶의 부담과 상대보다 작은 경제적 능력에 소외감과 외로움만 느꼈던 나날... 또 행복한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갑작스런 임신에 눈앞이 무너지는 상황을 상대가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해해줄 수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이, 이룬게 하나 없고 가진것도 없는데 상대와 또 미래의 아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고스란히 배우의 대사와 표정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재밌는 반전도 있다!)

 

공연을 보면서 내내 다른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나의 상황들? 나의 미래? 사실 결혼과 이혼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상황과 마음은 낯설지 않은것 같다. 하나도 이룬 것이 없는데, 내가 갑작스레 생계를 책임지게 된다면? 더 전문적으로 더 오랫동안 일하고 싶은데 갑자기 그만두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또 나의 소중한 것들에 나도 모르게 무관심하게 되어버렸다면? 이런 생각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집중하고 있지만 딴생각을 하고있는 상태..? 하하. 오랜만에 생각이 많아졌다. 피하고만 싶었던 문제를 대면한 느낌이었지만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JTN아트홀 2관 너무 좋다. 아늑하고 무대와도 가깝고 좋았다! 화장실도 쾌적하고 여유있는 편이다.

 

 

 

공연정보 및 예매:

http://ticket.interpark.com/gate/TPGate.asp?Where=Naver&GPage=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8000920&NaPm=ct%3Djfm76atc%7Cci%3Dc376cfb11733fd2d0d85606cbc3d8c178c7f2bf7%7Ctr%3Dslc%7Csn%3D115%7Chk%3Dbd07651afebc9faaabb89953e791107fbd70a352

posted by paig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