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신저스>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너무 많은 인류로 인해 자원이 고갈되고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풍요로운 행성으로 이주하기 위하여 엄청난 기술로 만들어진 우주선을 타고 5,000여명의 인간이 120년을 동면 상태로 이동한다.

 

그러다 운석과의 충돌로 동면기에 오류가 발생하고 주인공 '짐 프레스턴'이 새로운 행성 도착을 90년 앞두고 깨어난다. 

 

 

 

 

우주선 안은 고도로 발달 된 기술의 집약으로 구성되어있다.

 

의식주는 충분히 제공되고 술, 오락 시설까지 호화롭게 갖추고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체는 하나도 없고 (모두 잠들어 있다.) 오직 로봇과만 대화하며 다시 잠들 수도 없는 상태로 주인공은 홀로 1년을 외롭게 지낸다.

 

동면기 안에서 잠든 수 많은 사람들을 지켜만 보다가 아름다운 여성 '오로라 레인'을 발견하고, 외로움과 살아있는 생명체를 만나고자 하는 욕망에 한참을 갈등하다 동면기를 조작하여 오로라 레인의 잠을 깨우게 된다.

 

 

 

 

*

 

결국, 두 사람은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지 못하고 우주선 안에서 남은 생을 보낸다.

 

논리와 이성으로 판단할 때, 남자 주인공인 짐 프레스턴은 정상적으로 동면하고 있는 다른 사람을 깨워서는 안되었지만 고독과 홀로 지내는 고요하고 피폐한 생활에 지쳤고 죄책감을 가지고서라도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했다.

 

또, 동면기의 오류가 아닌 타인의 의도로서 깨어난 오로라 레인은 우주선 안에서 한 평생을 살다 죽어야 하는 삶이 끔찍했지만, 그 시간을 홀로 보낼 수 없어 남자 주인공에게 복수하거나 그를 죽일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혼자 고독하게 살아가기 어렵고, 타인과 사회적인 교류가 필요하기 때문에 영화에 등장하는 두 인물의 각각의 상황이 어느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망친 사람과 단 둘이 죽음까지 같이 지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진 여자 주인공의 심정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

 

 

그러면서, 나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 확실하고 어떠한 일을 성취하고자 기대하거나 노력할 수조차 없는 순간이 온다면 과연 나는 남은 생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항상 지금의 내가 느끼는 현재는 괴롭고 힘들다. 내일의, 주말의, 다음 달의 어떠한 이벤트를 '기대'하고 살아가게된다. 만약 그러한 기대감이 없다면 보람 또는 성취감이 없이 고통만 존재하지 않을까..

 

이처럼 영화 속의 두 주인공은 (혼자이든, 둘이든) 새로운 기대가 없는 현재에서 큰 변화 없이 계속해서 살아가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우주속에 갖혀, 우주선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분명히 맞이하게 될 죽음을 앞두고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에서 두 사람은 우주선 안에 나무를 심고, 꽃을 심었다.

 

흙이라고는 한 줌 없는 우주선 안에서 서로를 위해 무언가를 해내고자 했다.

 

어쩌면 사람은 괴로움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나서고 마주한 순간에서 즐거움을 찾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posted by paigee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출근하지 않는 월요일이면 '영화나 한편 보고싶다.' 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머리아프고 어려운, 잔인한 영화보다는 잔잔하고 기분 좋은 이야기의 영화를 찾게 된다.

 

그래서 주로 일본 감성의 아기자기한 영화를 찾아 보게 되는것 같다.  

 

영화<미나미 양장점의 비밀>은 제목과 포스터만 보고 선택하게 되었는데, 딱 편안한 기분으로 볼 수 있는 좋은 영화였다.

 

 

*

 

 

 

미나미 양장점은 주인공 이치에의 할머니가 처음 시작한 가게이다. 2대째로 이치에가 운영하며 할머니의 옷감과 패턴으로 옷을만들고 할머니가 만든 옷들을 수선해준다.

 

미나미 양장점에서 자신의 옷을 만들어 입은 사람들이 차례 차례 나오는데 모두가 그 옷을 너무 사랑한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애정을 갖고 지켜온 것들이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없다." 고 말한다.

 

이미 떠난 할아버지의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며 살아가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좋아하던 옷을 자신의 몸에 맞게 수선해서 입는 딸은 옷을 포함한 소중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오래도록 지켜내려고 한다.

 

남자 주인공인 후지이는 소량 생산하는 미나미 양장점의 옷을 더 많이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입을 수 있게 브랜드를 만들고자 제안하는 사람인데, 이치에의 소신과 미나미 양장점의 옷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며 제안을 포기하게 된다.

 

 

*

 

 

하지만, 사람들이 꿈을 꾸게 하는 옷을 만드는 이치에 스스로 자신은 꿈을 꿀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할머니의 옷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할머니가 만든 옷만을 수선하며 지내왔지만, 새로운 고객인 어린 학생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자신만의 드레스를 원하며 자신이 그 옷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영화 내내 어두운 파란색, 검정색만 입고 나오는 이치에는 스스로 자신의 옷을 만들지 않으려고 결심하여 이에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치즈케이크를 먹으며 자신을 달래지만 결국 영화의 마지막에 밝은 하늘색의 옷을 입고 자신의 옷을 만들게 된다.

 

 

*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나의 욕심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와 만원 어치의 햄버거 세트를 주문할까 말까, 고생했으니 그동안 모은 돈으로 멀리 여행 가고싶다 하는 고민들을 스스로 내 욕심으로 치부하여 포기할 때가 있다.

 

또, 고등학교를 졸업하지만 원하는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맞지 않는 회사 생활을 그만 두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을 때, 여러 여건들을 고려해보면 어쩌면 이기적인 결정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결국 이런 생각들은 치즈케이크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한 결정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자신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어두운 옷을 벗어나 밝은 옷을 입고, 밝은 표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어떤 일을 하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까 하고 생각해 본 영화였다.

 

 

 

 

 

 

 

 

 

 

 

posted by paigee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곧 재개봉한다는 유명한 영화 <트루먼쇼>, 주인공 트루먼이 자신의 일생이 전부 조작된 것이고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든 사람들에게 티비로 방송되는 쇼라는것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다. 우리 모두의 현재 삶은 모두 치열하고 고달프고 아름다운데 그런 자신의 모든 삶의 노력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저 흥미거리, 요기거리였다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의 충격을 생각보다는 가볍고 긍정적으로 그려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모든 생활이 대중들에게 가감없이 방송되어지는 것, 또 자신이 추억하고 기억했던 모든 사건 사고들이 모두 조작되어있던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이 내용이 영화가 아닌 현실이었다면 그 사실을 접한 개인은 굉장히 커다란 혼란 속에 빠지게 될 것이고 새로운 삶을 찾겠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무너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에서는 방송으로 표현되었지만 우리 삶에서 타인에 의해 가십거리로서 개인적인 일들이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 또는 몰래카메라 영상이 인터넷에 나도 모르게 유포되는 것 등이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상황과 비슷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세트 밖의 세상은 진짜 현실 세계인지, 어느게 현실이고 가상인지 구분도 어려운 <매트릭스> 같은 상황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논의거리가 충분히 많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내가 누구인지, 이게 현실인지', '개인의 삶이 대중의 즐거움으로 보여지고 시선을 받을 수 있는지', '인권은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는지' 나아가 우리가 사는 현재에서도, '예능프로그램에서의 출연자가 희화화되는 것이 그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방송되어지는 것인지'

 

posted by paig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