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신저스>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너무 많은 인류로 인해 자원이 고갈되고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풍요로운 행성으로 이주하기 위하여 엄청난 기술로 만들어진 우주선을 타고 5,000여명의 인간이 120년을 동면 상태로 이동한다.

 

그러다 운석과의 충돌로 동면기에 오류가 발생하고 주인공 '짐 프레스턴'이 새로운 행성 도착을 90년 앞두고 깨어난다. 

 

 

 

 

우주선 안은 고도로 발달 된 기술의 집약으로 구성되어있다.

 

의식주는 충분히 제공되고 술, 오락 시설까지 호화롭게 갖추고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체는 하나도 없고 (모두 잠들어 있다.) 오직 로봇과만 대화하며 다시 잠들 수도 없는 상태로 주인공은 홀로 1년을 외롭게 지낸다.

 

동면기 안에서 잠든 수 많은 사람들을 지켜만 보다가 아름다운 여성 '오로라 레인'을 발견하고, 외로움과 살아있는 생명체를 만나고자 하는 욕망에 한참을 갈등하다 동면기를 조작하여 오로라 레인의 잠을 깨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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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 사람은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지 못하고 우주선 안에서 남은 생을 보낸다.

 

논리와 이성으로 판단할 때, 남자 주인공인 짐 프레스턴은 정상적으로 동면하고 있는 다른 사람을 깨워서는 안되었지만 고독과 홀로 지내는 고요하고 피폐한 생활에 지쳤고 죄책감을 가지고서라도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했다.

 

또, 동면기의 오류가 아닌 타인의 의도로서 깨어난 오로라 레인은 우주선 안에서 한 평생을 살다 죽어야 하는 삶이 끔찍했지만, 그 시간을 홀로 보낼 수 없어 남자 주인공에게 복수하거나 그를 죽일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혼자 고독하게 살아가기 어렵고, 타인과 사회적인 교류가 필요하기 때문에 영화에 등장하는 두 인물의 각각의 상황이 어느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망친 사람과 단 둘이 죽음까지 같이 지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진 여자 주인공의 심정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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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나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 확실하고 어떠한 일을 성취하고자 기대하거나 노력할 수조차 없는 순간이 온다면 과연 나는 남은 생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항상 지금의 내가 느끼는 현재는 괴롭고 힘들다. 내일의, 주말의, 다음 달의 어떠한 이벤트를 '기대'하고 살아가게된다. 만약 그러한 기대감이 없다면 보람 또는 성취감이 없이 고통만 존재하지 않을까..

 

이처럼 영화 속의 두 주인공은 (혼자이든, 둘이든) 새로운 기대가 없는 현재에서 큰 변화 없이 계속해서 살아가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우주속에 갖혀, 우주선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분명히 맞이하게 될 죽음을 앞두고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에서 두 사람은 우주선 안에 나무를 심고, 꽃을 심었다.

 

흙이라고는 한 줌 없는 우주선 안에서 서로를 위해 무언가를 해내고자 했다.

 

어쩌면 사람은 괴로움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나서고 마주한 순간에서 즐거움을 찾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posted by paigee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출근하지 않는 월요일이면 '영화나 한편 보고싶다.' 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머리아프고 어려운, 잔인한 영화보다는 잔잔하고 기분 좋은 이야기의 영화를 찾게 된다.

 

그래서 주로 일본 감성의 아기자기한 영화를 찾아 보게 되는것 같다.  

 

영화<미나미 양장점의 비밀>은 제목과 포스터만 보고 선택하게 되었는데, 딱 편안한 기분으로 볼 수 있는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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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 양장점은 주인공 이치에의 할머니가 처음 시작한 가게이다. 2대째로 이치에가 운영하며 할머니의 옷감과 패턴으로 옷을만들고 할머니가 만든 옷들을 수선해준다.

 

미나미 양장점에서 자신의 옷을 만들어 입은 사람들이 차례 차례 나오는데 모두가 그 옷을 너무 사랑한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애정을 갖고 지켜온 것들이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없다." 고 말한다.

 

이미 떠난 할아버지의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며 살아가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좋아하던 옷을 자신의 몸에 맞게 수선해서 입는 딸은 옷을 포함한 소중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오래도록 지켜내려고 한다.

 

남자 주인공인 후지이는 소량 생산하는 미나미 양장점의 옷을 더 많이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입을 수 있게 브랜드를 만들고자 제안하는 사람인데, 이치에의 소신과 미나미 양장점의 옷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며 제안을 포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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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들이 꿈을 꾸게 하는 옷을 만드는 이치에 스스로 자신은 꿈을 꿀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할머니의 옷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할머니가 만든 옷만을 수선하며 지내왔지만, 새로운 고객인 어린 학생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자신만의 드레스를 원하며 자신이 그 옷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영화 내내 어두운 파란색, 검정색만 입고 나오는 이치에는 스스로 자신의 옷을 만들지 않으려고 결심하여 이에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치즈케이크를 먹으며 자신을 달래지만 결국 영화의 마지막에 밝은 하늘색의 옷을 입고 자신의 옷을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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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나의 욕심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와 만원 어치의 햄버거 세트를 주문할까 말까, 고생했으니 그동안 모은 돈으로 멀리 여행 가고싶다 하는 고민들을 스스로 내 욕심으로 치부하여 포기할 때가 있다.

 

또, 고등학교를 졸업하지만 원하는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맞지 않는 회사 생활을 그만 두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을 때, 여러 여건들을 고려해보면 어쩌면 이기적인 결정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결국 이런 생각들은 치즈케이크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한 결정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자신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어두운 옷을 벗어나 밝은 옷을 입고, 밝은 표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어떤 일을 하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까 하고 생각해 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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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에 끌려 보게된 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주인공 아야세 하루카가 너무나도 예쁘게 나온다. 일본 영화를 자주보지 않아서 남자 주인공 사카구치 켄타로를 처음 알았는데 웃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 이 영화는 오래 전에 제작된 흑백영화와, 그 영화의 여자 주인공을 너무나도 좋아하게 된 남자 앞에 그 여자 주인공이 흑백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내용이다. 둘은 좋아하게 되지만 이 흑백 영화의 주인공은 타인과 몸이 닿으면 사라져버린다고 한다.. 그렇지만 결과는 해피엔딩이다!

 

아야세 하루카는 흑백영화에서 자유롭고 싶은 말괄량이 공주로 나오는데, 현실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시종이라고 부르고 무례하게 행동한다. 사카구치 켄타로와 함께 지내면서 흑백영화와는 다른 현실의 아름다운 색깔을 이해하는데, 그 과정에서 본인도 색을 찾아가고, 점차 남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아야세 하루카의 흑백으로 된 몸과의 대비를 위해서인지 다른 배우들, 배경, 세트들의 색이 굉장히 선명하게 나타나고, 알록달록 다양한 색으로 표현된 것 같다. 색감이 너무 예쁜, 동화같은 내용과 또 그러한 결말의 영화이다.

 

 

 

posted by paigee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대학교 전공에서 수없이 접했던 정체성, 이름과 관련이 있어서 였는지 영화를 보고 난 후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영화 <너의 이름은.>에서의 '이름'은 서로에게 기억되고 시간, 공간 너머 실제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끈이 되어준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계속해서 서로를 잊지 않기, 다시 만나기 위해 이름을 기억하려고 한다. 이름을 잊은 순간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무슨 상황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영화 제목에 마침표(.)가 꼭 붙는데, 두 사람이 서로 확실히 서로를 규정 지어야, 확실히 정체성이 형성 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보았다.

 

 

또한 이 영화를 보면서 김춘수 시인의 <꽃> 이 떠올랐다. 작은 몸짓에 불과한 것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 와서 꽃이,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는. 이름은 단순히 어떤 사람 혹은 사물을 지칭하는 것 이상의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신카이 마코토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Q. 주인공 미츠하와 타키 이름을 어떻게 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타키(瀧)는 옆에 삼수변이 있지만 용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용의 이미지가 혜성의 이미지하고 관련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용은 물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존재입니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호수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호수를 연상시킬 수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서 타키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습니다.

미츠하(三葉)는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물의 신 중에 미츠하메가 있습니다. ‘미즈하메’라고도 하는데 그 이름의 울림이 왠지 모르게 좋았습니다. 거기에서 따서 미츠하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타키와 마찬가지로 물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했고, 특히 이토모리 마을이 호수, 물과 매우 연관이 있기 때문에 미츠하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출처: 맥스무비 블로그 http://naver.me/GD9uDdGe)


 

감독의 인터뷰에서 보면 용, 물의 신은 둘 다 이토모리 마을의 호수와 연관되어 있으며 이름 자체로도 둘에게 어떠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해서 분명 타키와 미츠하 둘의 이름은 두 주인공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이름으로 인해서 서로를 기억하고 연결되게 된다. 어쩌면 빨간 끈과 같은 역할이 아닐까!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추가로 '이름'과 관련된 또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떠올랐다. 자신의 이름을 잊으면 원래의 나, 나의 정체성을 잊고 다른 삶을 살기 때문에 이름을 절대 잊지 말라는 부분이 나온다. 센과 치히로는 동일 인물인데, '센'은 본명 '치히로'에서 몇 글자를 빼서 나온 이름이다.

 

 

 

posted by paig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