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출근하지 않는 월요일이면 '영화나 한편 보고싶다.' 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머리아프고 어려운, 잔인한 영화보다는 잔잔하고 기분 좋은 이야기의 영화를 찾게 된다.

 

그래서 주로 일본 감성의 아기자기한 영화를 찾아 보게 되는것 같다.  

 

영화<미나미 양장점의 비밀>은 제목과 포스터만 보고 선택하게 되었는데, 딱 편안한 기분으로 볼 수 있는 좋은 영화였다.

 

 

*

 

 

 

미나미 양장점은 주인공 이치에의 할머니가 처음 시작한 가게이다. 2대째로 이치에가 운영하며 할머니의 옷감과 패턴으로 옷을만들고 할머니가 만든 옷들을 수선해준다.

 

미나미 양장점에서 자신의 옷을 만들어 입은 사람들이 차례 차례 나오는데 모두가 그 옷을 너무 사랑한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애정을 갖고 지켜온 것들이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없다." 고 말한다.

 

이미 떠난 할아버지의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며 살아가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좋아하던 옷을 자신의 몸에 맞게 수선해서 입는 딸은 옷을 포함한 소중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오래도록 지켜내려고 한다.

 

남자 주인공인 후지이는 소량 생산하는 미나미 양장점의 옷을 더 많이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입을 수 있게 브랜드를 만들고자 제안하는 사람인데, 이치에의 소신과 미나미 양장점의 옷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며 제안을 포기하게 된다.

 

 

*

 

 

하지만, 사람들이 꿈을 꾸게 하는 옷을 만드는 이치에 스스로 자신은 꿈을 꿀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할머니의 옷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할머니가 만든 옷만을 수선하며 지내왔지만, 새로운 고객인 어린 학생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자신만의 드레스를 원하며 자신이 그 옷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영화 내내 어두운 파란색, 검정색만 입고 나오는 이치에는 스스로 자신의 옷을 만들지 않으려고 결심하여 이에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치즈케이크를 먹으며 자신을 달래지만 결국 영화의 마지막에 밝은 하늘색의 옷을 입고 자신의 옷을 만들게 된다.

 

 

*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나의 욕심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와 만원 어치의 햄버거 세트를 주문할까 말까, 고생했으니 그동안 모은 돈으로 멀리 여행 가고싶다 하는 고민들을 스스로 내 욕심으로 치부하여 포기할 때가 있다.

 

또, 고등학교를 졸업하지만 원하는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맞지 않는 회사 생활을 그만 두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을 때, 여러 여건들을 고려해보면 어쩌면 이기적인 결정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결국 이런 생각들은 치즈케이크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한 결정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자신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어두운 옷을 벗어나 밝은 옷을 입고, 밝은 표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어떤 일을 하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까 하고 생각해 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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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노다메 칸타빌레 버전 1>은 치아키가 지휘자로서 성장해가는 스토리를 그렸고 <최종악장>은 드라마처럼 1편에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노다메가 피아노를 진지하게 치게되는 계기와 노력들을 보여준다! 
영화의 주요한 내용은 치아키와 노다메, 노다메 주변의 친구들이 성장하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성장을 보고 노력하게 되어 모두 스스로 자신의 꿈에 다가가는 것이다. 서로의 성장을 바라보는 그들은 무언가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영화에 이 감정들은 그대로 드러난다. 치아키의 완벽한 무대를 본 노다메가 객석에서 눈물 흘리는 장면을 보고 예전에는 그저 감동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무언가 노다메 스스로 불안감, 자기 미래에 대한 혼란, 걱정스러움이 섞여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이런 감정은 그 주변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이고 그들의 행동, 표정에서 나타난다. 
 이 것을 질투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감정을 굉장히 당연한 것, 성장의 동력이 되는 것으로 나타내는 것이 새로웠다. 흔히 다른 매체에서는 이러한 질투가 분란의 씨앗으로 표현되고 갈등을 겪는 적이 많은데 시간의 제약이 있는 영화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던 건지 어쨌든, 나는 이러한 표현이 매우 와닿았다. 마치 뭐든지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 확실한 영화속의 주인공이지만 왠지 감정이입이 되었고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 나도 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했다. 불안하고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위안과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paigee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대학교 전공에서 수없이 접했던 정체성, 이름과 관련이 있어서 였는지 영화를 보고 난 후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영화 <너의 이름은.>에서의 '이름'은 서로에게 기억되고 시간, 공간 너머 실제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끈이 되어준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계속해서 서로를 잊지 않기, 다시 만나기 위해 이름을 기억하려고 한다. 이름을 잊은 순간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무슨 상황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영화 제목에 마침표(.)가 꼭 붙는데, 두 사람이 서로 확실히 서로를 규정 지어야, 확실히 정체성이 형성 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보았다.

 

 

또한 이 영화를 보면서 김춘수 시인의 <꽃> 이 떠올랐다. 작은 몸짓에 불과한 것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 와서 꽃이,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는. 이름은 단순히 어떤 사람 혹은 사물을 지칭하는 것 이상의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신카이 마코토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Q. 주인공 미츠하와 타키 이름을 어떻게 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타키(瀧)는 옆에 삼수변이 있지만 용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용의 이미지가 혜성의 이미지하고 관련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용은 물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존재입니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호수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호수를 연상시킬 수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서 타키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습니다.

미츠하(三葉)는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물의 신 중에 미츠하메가 있습니다. ‘미즈하메’라고도 하는데 그 이름의 울림이 왠지 모르게 좋았습니다. 거기에서 따서 미츠하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타키와 마찬가지로 물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했고, 특히 이토모리 마을이 호수, 물과 매우 연관이 있기 때문에 미츠하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출처: 맥스무비 블로그 http://naver.me/GD9uDdGe)


 

감독의 인터뷰에서 보면 용, 물의 신은 둘 다 이토모리 마을의 호수와 연관되어 있으며 이름 자체로도 둘에게 어떠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해서 분명 타키와 미츠하 둘의 이름은 두 주인공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이름으로 인해서 서로를 기억하고 연결되게 된다. 어쩌면 빨간 끈과 같은 역할이 아닐까!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추가로 '이름'과 관련된 또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떠올랐다. 자신의 이름을 잊으면 원래의 나, 나의 정체성을 잊고 다른 삶을 살기 때문에 이름을 절대 잊지 말라는 부분이 나온다. 센과 치히로는 동일 인물인데, '센'은 본명 '치히로'에서 몇 글자를 빼서 나온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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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영화 관람 후 읽어주세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종로3가 서울극장에서 시네마살롱이라는 GV가 종종 진행된다. 영화 관람 후 관객과 함께 영화에 대한 추가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우연히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이 시네마살롱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고 관람하게 되었다. 일단, 서울극장이 너무 쾌적하고 깔끔해서 자주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몇 년 전에 리뉴얼을 했다고 하는데, 오래된 극장이라는 생각과 다르게 너무 좋았다!

 

영화는 세명의 주인공이 도둑질을 하고 도망치다가 폐가가 된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가게 되면서 시작된다. 잡화점에서 오래된 물건들을 발견하게 되고, (과거에서 미래로 넘어온) 상담 편지에 답장을 해주게 되면서 잘못을 뉘우치는 이야기 + 나미야 잡화점에게 상담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진행된다. (등장하는 모두가 사실은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소설은 영화가 개봉하기 몇 년 전부터 정말 유명하고 인기있는 책이라고 알고있었다! 계속 읽어봐야지 하다가 결국은 영화로 먼저 접하게 되었다. 일단 영화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뒤죽박죽 진행된다. 책을 미리 읽은 한 관객은 책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방식이 영화에서는 직관적으로 이해가 된다고 했다. 영화의 스토리 자체가 시간의 흐름대로 진행될 수 없는 이야기라고도 느껴졌고 이러한 진행 방식이 영화의 (또는 글의) 흥미를 더해주지만, 사실 약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 번 더 보고 확실히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영화였다. 히히. 영화에 나오는 잡화점이나 풍경의 색깔 등 영상미나 분위기가 좋았다. 한번쯤 걷고 싶은 거리와 풍경!

 

영화를 보다가 무릎을 탁친 부분은 나미야 할아버지가 '그린리버'에게 상담을 해주게 되는데, 본인이 한 답장 때문에 '그린리버'가 자살을 한 것이 아닌가 괴로워 하는 장면이었다. 그동안 나도 타인의 고민과 걱정에 가벼이 잘못 던진 한 마디가 있지 않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나의 한마디가 다른 누구에게 커다란 영향이 될수도, 인생을 바꿀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타인의 마음을 듣는 것 조차 사실 아주 무거운 일일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영화에서는 '그린리버'가 자살한 것이 아니었고, 나름 해피엔딩이지만..

 

역시 영화는 우리네 일상의 어려움과 피하고 싶은 복잡함을 마주하게 만들어준다. 계속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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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관람 전 내용을 미리 알고싶지 않으신 분들은 관람 후 다시 읽어주세요!

 

 

 

 

우연한 기회로 JTN아트홀에서의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을 관람했다. 이혼을 하루 앞두고 있는 커플, 결혼을 하루 앞두고 있는 커플이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방식으로 극이 전개된다. 캐스팅은 잭 고유진님, 캐서린 김경선님, 존 최석진님, 캣 김보정님. 김경선님을 제외하고는 사실 처음 뵈었는데 뮤지컬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너무 좋은 연기를 해주셨다. 헤헤.

 

사실 나는 두 상황중 어떤것도 앞두고 있지 않아서 내용에 대해 크게 기대를 하고 관람을 한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공연이 끝난 후, 이혼을 하루 앞둔 잭과 캐서린, 결혼을 하루 앞둔 존과 캣의 상황들이 너무나 잘 이해되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서 아주 사소한 버릇까지도 지겨워져, 그의 얼굴과 목소리조차 다시 접하고 싶지 않지만 그동안의 행복했던 생활을 잊을 수 없고 상대가 없는 앞으로를 상상할수 없는 상태. 한 순간의 실수(...)를 저질렀지만 삶의 부담과 상대보다 작은 경제적 능력에 소외감과 외로움만 느꼈던 나날... 또 행복한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갑작스런 임신에 눈앞이 무너지는 상황을 상대가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해해줄 수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이, 이룬게 하나 없고 가진것도 없는데 상대와 또 미래의 아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고스란히 배우의 대사와 표정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재밌는 반전도 있다!)

 

공연을 보면서 내내 다른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나의 상황들? 나의 미래? 사실 결혼과 이혼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상황과 마음은 낯설지 않은것 같다. 하나도 이룬 것이 없는데, 내가 갑작스레 생계를 책임지게 된다면? 더 전문적으로 더 오랫동안 일하고 싶은데 갑자기 그만두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또 나의 소중한 것들에 나도 모르게 무관심하게 되어버렸다면? 이런 생각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집중하고 있지만 딴생각을 하고있는 상태..? 하하. 오랜만에 생각이 많아졌다. 피하고만 싶었던 문제를 대면한 느낌이었지만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JTN아트홀 2관 너무 좋다. 아늑하고 무대와도 가깝고 좋았다! 화장실도 쾌적하고 여유있는 편이다.

 

 

 

공연정보 및 예매:

http://ticket.interpark.com/gate/TPGate.asp?Where=Naver&GPage=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8000920&NaPm=ct%3Djfm76atc%7Cci%3Dc376cfb11733fd2d0d85606cbc3d8c178c7f2bf7%7Ctr%3Dslc%7Csn%3D115%7Chk%3Dbd07651afebc9faaabb89953e791107fbd70a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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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시작

일상 2018. 4. 5. 15:31

 

 

2018년 봄,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일을 시작하고 시간의, 마음의 여유가 없어질수록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취미나 특기를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대답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어떤 공부를 하면 좋을 지 고민하던 고등학교 때, 어떤 일을 하면 즐거울까 걱정하던 대학 때처럼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앞으로 이 블로그에 글을 남기면서 더 예쁘고 감동적인 글을 쓸수 있었으면 좋겠다.

 

 

 

 

* 저에게 소중한 초대장을 보내주신 LON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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